유한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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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p.293)에서 발췌

프로이트를 비난하는 일은 오늘날 인기 있는 지적 유희가 되었다[1]. 물론 뉴욕이나 런던에는 여전히 그의 팬들이 많다. 그런데 이 장에서 보았듯이, 프로이트는 인간의 상태와 관련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가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리적 방어기제에 대한 그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옳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제가 어떻게 진화했고, 그것을 실현하는 신경기제는 어떤 것인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이트의 주장 중에서 비록 덜 알려지긴 했지만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는, 그가 모든 위대한 과학혁명에 공통적인 단일 분모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약간은 놀랍지만, 이들 모두는 우주의 중심에서 '인간'을 퇴위시키고 모욕하는 것들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그 첫 번째는 코페르니쿠스혁명이다. 여기서 우주의 지동설 혹은 지구 중심적 견해가 지구는 단지 광할한 우주의 한 점 먼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대체된다. [2]

두번째는 다윈의 혁명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유태성숙의 왜소한 털 없는 원숭이일 뿐이며, 최소한 지금의 일시적 성공을 가능케 한 모종의 특성을 우연히 진화시킨 존재이다.

세 번째 위대한 과학혁명은 프로이트 자신에 의한 무의식의 발견이다[3]. 그에 따르면, 우리가 '무엇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간적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가 삶에서 행하는 모든 일은 무의식적인 감정, 욕구, 동기 등에 의해 지배된다. 의식이라는 것은 우리의 행위를 사후적으로 세련되게 정당화시켜주는 빙산의 일각과 같은 것이다.

나는 프로이트가 위대한 과학혁명의 공통분모를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는 왜 그것이 위대한 과학혁명의 공통분모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왜 인간은 '모욕당하거나'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을 즐기는가? 인간 종을 왜소하게 만드는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인간은 무엇을 얻는가?

여기서 방향을 틀어, 우주론, 진화, 두뇌과학이 왜 비단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프로이트적으로 해석해보자.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런데 우주를 연구해 초시간적인 통찰을 갖게 되면서, 우리가 더 큰 무엇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변화하는 우주,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드라마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 자신의 개인적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게 된다. 아마도 여기가 과학자들이 가장 종교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지점일 것이다[4].

같은 이야기를 진화의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과 함께, 스스로를 위대한 여행의 일부로 파악하게 해준다. 두뇌과학도 마찬가지이다. 이 혁명을 통해 우리는 마음이나 육체와 구분되는 영혼이 있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무섭기는커녕 우리를 매우 자유롭게 해준다. 스스로가 이 세계의 특별한 존재라면, 우리의 소멸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시바가 추는 거대한 우주적 춤[5]의 일부라면, 우리의 불가피한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자연과의 행복한 재결합이 된다.


주석

  1. 프로이드의 학설들은 현대 심리학에서 인정받고 있지 않다. 꿈의 해석이나 성에 관한 인식 등은 현대의 심리학에서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박상원 주
  2.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요? 태양과 같은 별에서는 수소 원자 두개가 모여 헬륨을 만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태양 내부는 압력이 더 높기 때문에 헬륨과 헬륨이 결합하고, 다시 더 무거운 원자가 결합해서 더욱 무거운 원자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태양과 같은 별에서 만들어지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철(Fe)입니다. 그러면 철보다 무거운 원자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별은 수명을 다하면 폭발하여 거죽을 우주공간으로 날려 보냅니다. 이때 발생하는 열과 압력으로 우라늄과 같은 철보다 무거운 원자들이 만들어집니다. 여러분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모두 별에서 왔습니다. - 박상원 주
  3. 라마찬드란 박사가 고안한 환상사지 치료장면. 환상사지란 사고, 기형 등에 의해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이 마치 그것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존재하지 않는 팔에 심각한 통증을 느끼는데 거울을 이용하여 뇌의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여 통증을 없앨 수 있다. - 박상원 주
    프로이드의 꿈에 대한 해석 등 여러 학설들이 대체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프로이드가 얘기한 무의식은 현대 심리학, 특히 뇌과학에서 밝혀낸 주요한 사실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물을 보면 사물의 외곽선, 질감, 형태 등을 파악하여 어떤 것인지 바로 알아낸다. 이때 이러한 연산들은 뇌에서 자동으로 연산되는 것들이며 이것들은 인간이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인간이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기능을 하며, 이것은 프로이드가 말한 무의식과 거의 동일한 개념이다. - 박상원 주
  4. 여기서 종교적이라고 할 때 종교적이란 우리가 알고있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부정하면서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라고 할 때의 신도 마친가지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 혹은 신이란 자연의 섭리, 우주에 대한 경외를 일컫는 말이다. - 박상원 주
  5. 자연에 대한 경외를 말한다. - 박상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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